무서운 속도로 중독되는 물질중독과 행위중독
제가 술을 좀 많이 마시기는 하지만 중독자는 아니란 말이에요
이런 얘기들은 진료 중에 환자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도대체 중독이 뭐길래, 많은 현대인들이 이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중독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몇 가지 특징이 있어야 중독이라 할 수 있다.
1. 갈망
갈망이란 글자 그대로 간절히 바란다는 뜻이다.
알코올 중독을 예로 들면, 술을 마시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하여 술을 얻기 위해 무모한
행동이나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를 하는 것 등을 말한다. 심한 경우에는 가족들의
으름장 때문에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 더 이상 환자에게 술을 팔지 않자, 몇 정거장을 걸어서
옆 동네로 원정구매를 가기도 한다. 또 다른 중독자의 고백을 들으면, 술을 구하기 위해 선술집
골목 뒤편에 놓여잇는 술 상자의 빈 병에 남아 잇는 자투리 술을 모으다 그 안에 들어있는
담배꽁초도 같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2. 내성
알코올 중독의 예를 들면 점차 견딜 수 있는 술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즉, 마실수록 술이 세지는 것이다. 술에 대한 몸의 저항이 줄어드는, 어찌 보면 좋다고만
할 수 없는 현상인데도, 술이 세지면 몸도 같이 세지는 것처럼 과시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3. 금단증상
금단이란 일정기간 일정 약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중단한 경우에 발생하는
일련의 증상들을 말한다. 식은땀이 나거나, 손을 떨고 불안해지고, 일시적인 환각을 보이고
심각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고 간질 발작과 함께 호흡이 마비되어 사망할 수도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적절한 선에서 음주를 중단하지 못하고 다음날 중요한 약속을 어기거나,
회사에 지각 또는 결근을 하거나,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소한 부모님이나 배우자로부터
잔소리를 들으며 심각한 말싸움을 하거나 가까운 친구들과 멀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중독이란 이처럼 갈망, 내성, 금단증상, 이로 인한 사회적, 직업적 장애의 네 가지 요소가
모두 있을 때 정의 내릴 수 있다.
물질뿐만 아니라 행위에도 중독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뿐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이나 마약, 담배 등과 같은 물질의 중독만을 얘기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질뿐만 아니라 특정 행동에도 중독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이 행위중독의 한 예다.
인터넷, 도박, 쇼핑, 성 행위이 과도한 반복은 물질중독과 마찬가지로 내성과 금단, 강박적
사용 및 갈망, 대인관계 및 사회적, 직업적 기능의 장애를 일으킨다.
약물이나 알코올이 아닌 특정 행위에 대한 반복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행위중독이라 한다.
현재 진단분류 체계 내에서 행위중독은 강박장애, 충동조절장애, 성격장애, 성기능장애의 일부분
등 여기저기 흩어져 존재하였다. 그러나 최근 행위중독에 대한 임상적 관심이 커지고, 그에 따른
많은 임상연구 결과가 뒷받침되면서 물질 중독과 동등한 위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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